- 청아병원 신경과 이성훈 과장, 치매검사 및 노인성치매클리닉 운영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섰고, 2030년쯤에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합니다. 65세 이상의 경우 5~10%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 증가합니다. 노령 인구가 많아지는 요즘 시대에는 한 가정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중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을 치매로 걱정해서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는 건망증과 같이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진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치매란 다발성 인지기능의 장애로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중요한 증상입니다. 치매로 인한 기억력 장애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건망증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지속적이고, 점차 정도가 심해집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가끔은 물건들을 잃어버리곤 하는 건 건망증이라고 하고, 건망증은 기억력이 떨어져 생기는 것이지만 심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노화과정의 변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건망증은 특정 사실을 우리 뇌의 기억 저장소에 저장을 하지만 이것을 다시 불러오는 과정에 장애가 생겨 발생합니다. 하지만 건망증인 경우 차근차근 생각을 더듬어보면 잊었던 사실을 기억 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치매에서 보이는 기억장애는 특정 사실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어디서 몇 시에 모이기로 했더라?" 이렇게 되면 건망증이고 "뭐?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치매의 구체적인 증상
치매가 생기면 말을 하거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길을 잃거나 심한 경우는 집안에서도 화장실을 찾지 못하여 헤매는 등 시간과 장소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지남력 장애가 생깁니다. 계산능력이 떨어지고 옷을 입는 것, 세수하거나 목욕하는 것과 같은 평소 흔히 하던 일들도 잊어버리고 잘하지 못하게 되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게 됩니다. 가족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성격의 변화가 생기고 인격의 손상, 와해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 초기에 기억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치매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두측두엽 치매입니다. 전두측두엽 치매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초기에 기억장애나 방향 감각 소실보다는 '성격 변화’가 먼저 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좀 더 진행하면 다른 인지기능도 감소하게 되지만, 많이 웃거나, 많이 밖으로 배회한다든지, 집안에서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서성거리거나 의미 없는 반복적인 행동, 대소변 장애 등의 이상행동이 많기 때문에 초기에 다른 정신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 행동이 나타날 때 정신질환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이런 종류의 치매를 의심하여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는 단순한 기억장애 뿐만이 아닌 여러 인지기능 및 행동장애가 동반되는데 기억장애만 있고 다른 장애는 없는 경우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중 매년 20% 정도는 치매로 발전하기 때문에 계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치매가 생기는 원인
사람의 인지기능은 뇌가 담당하고 있는데, 어떠한 원인에서든 뇌세포가 죽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치매가 나타납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입니다. 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50%정도를 차지할 만큼 빈도가 높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 신경세포가 죽어나가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두 번째로 큰 빈도를 보이는 것이 혈관성 치매로 25%정도를 차지합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뇌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의 문제로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뇌의 특정 부위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서 뇌세포의 손상이 생기게 되어 발생하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말고도 또 다른 원인이 있습니까?
치매의 다른 원인으로는 뇌 속에 물이 고이는 뇌수두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뇌막염, 경막하 혈종, 약물중독, 우울증, 파킨슨병, 알코올성 치매 등이 있습니다. 퇴행성 치매의 경우에는 증상을 되돌리기 힘들지만 다른 치매 유형의 경우 원인을 치료하고 교정할 경우 낫거나 호전이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감별 진단이 중요하겠습니다.
모든 질병은 조기진단과 질병의 초기에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치매도 예외는 아닌데 치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누구나 쉽게 치매라고 알 수 있지만 초기단계에서 치매의 여부를 감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확인하고 신경학적인 검사와 신경심리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 검사들을 통해서 자세한 치매 진단 평가를 하게 되면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치매인지, 또 치매로 인한 장애의 형태나 뇌 기능 장애의 정도를 평가함으로, 현재 정상적으로 기능 할 수 있는 뇌의 영역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타날 환자의 행동이나 증상의 변화들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통해서 환자 간호에 도움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치매 조기검진에 도움이 되는 국가사업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분들이 치매를 수치스럽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이 생긴 시점부터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연되고 치료가 늦어지게 됩니다. 치매 조기진단과 치료로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전국의 보건소에서는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치매선별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검사를 통해서 치매가 의심되면 지정병원에 의뢰하여, 전문의 진찰에 따라 필요한 정밀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지정 병원에서의 검사도 소득수준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좋은 국가사업이지만 아직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적극 활용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전국 보건소에서 60세 이상이면 치매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알아두면 좋겠습니다.